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힘들었던 4학년 1학기가 끝났다. 개인적으로 힘들었던게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학기였다.
걸어다니는 프로젝트기계(업데이트는 없는)
가 4학년 1학기동안 된 듯 했다. 겨울방학 중에 재밌어보이는 프로젝트가 보여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었고, 지인의 소개로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팀의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활동했다. 솔직히 프로젝트 두 개 정도야 사실 감당할 수 있는 스케일이라고 생각하여 학기와 계속 병행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떨결에 붙어버린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활동을 하게 되고, 어버버 하다가 어느순간 팀도 짜여지고 기획부터 빡세게 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졸업하려면 꼭 해야 하는 종합설계(캡스톤) 프로젝트가 하나 더 추가되게 되었고, 심지어 다른 데이터 사이언스 과목도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고 해서 얼떨결에 프로젝트 5개를 동시에 돌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당시 내 모습)
아침에는 근로를 나가고,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바로 소마 센터로 가서 막차까지 작업을 하다 집에 가는 생활을 학기내내 반복했다.
덕분에 항상 내 맥북에서는 항상 도커 컨테이너가 돌아가고 vsc가 3개 이상 항상 켜져있었다. 전원도 끌 생각을 못해서 그렇게 몇주일동안 꺼지지도 못하고 작업을 하려니 맥북도 많이 힘들었나보다. 점점 기능이 갑자기 이상해지는 때가 났다. IO가 늦게 먹힌다든지… 메모리 더 늘리고 싶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얻는게 조금씩이라도 있다면 만족하면서 ‘바쁘더라도 열심히 하자!’라는 마음으로 하려고 했지만 결국 이 프로젝트들에서 얻는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래봤자 라이브러리 새로 써본 정도랄까.. 막상 다 너무 바쁘게 돌아가다보니 그냥 생산만 하는 기계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코드 퀄리티도 제대로 신경 못 쓰고 구현만 하기에도 바쁘다보니 내가 이런 코드를 재생산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많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성장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성장이 안된다는 사실이 이렇게 속상한 일로 다가올 줄 몰랐다. 사실 성장할래야 그만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내 성장의 방향을 찾을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스불재로 프로젝트를 생각도 안하고 늘려온 내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다.
결국 이후에 절대적인 시간마저 너무 부족해지는 상황이 오자, 방학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 두개에서 나가게 되었다. 얼추 프론트 작업은 다 했지만 배포까지는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마무리하고 나갔다는 사실에서 책임감으로부터 오는 양심적 가책과 결국 열심히 했어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스트레스가 많았다. 이 때문에 상반기의 나는 그냥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코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작정 생산만 하는 개발자가 아니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개발자로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량적인 양도 나름 중요하지만 정성적인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내가 집중해야 할 곳에 집중하는 태도가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팀원으로서의 태도 바로잡기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종합설계에서 나 혼자 프론트엔드였는데, 그냥 미리 작업을 다 해놓고 서버가 작업 다 할 때까지 방치하는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프로젝트에서는 긴밀한 협업이 중요한데, 종합설계에서 백엔드를 그렇게 잘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심지어는 처음 해보는 사람도 있었는데 ‘4명이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마음으로 흐린눈을 했었다.
이 문제는 중간 발표가 되어서야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 OAuth를 어떻게 할 지 몰라 한달동안 로그인만 잡고 있는 팀원이 있었고 그대로 방치된 상태로 개발은 유저를 연결하지 못해 병목상태가 되었다. 그제서야 내가 잘못 하고 있었구나 생각하고 내 태도를 다시금 돌아봤다. 흐린눈하고 ‘내 파트 아니니까’라는 생각으로 흐린눈 했던 나의 태도를 반성하면서 팀원에게도 사과했다. 그때부터는 그래도 정신줄을 잡으면서 학교를 다녔던 것 같다.
개발을 처음 하는 팀원이 제대로 기능을 완성할 수 있도록 최대한 모르는 것들을 알려주며 도왔다. 서버의 디버깅을 대신 해주기도 하고, 예전에 멋쟁이사자처럼 세션 진행하던 것처럼 OAuth 세션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아예 개발을 모르는 상태로 계속 방치되어 의기소침해있던 팀원이 그래도 나름 다시 힘을 내서 함께 열심히 해주기 시작했다. 덕분에 마무리 발표까지 잘 끝내고 팀원 평가도 잘 받았던 것 같다. 다들 마지막 발표 이후 밥을 먹고 웃으면서 서로 앞으로의 길을 응원하고 잘 끝낸 모습을 보니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이번 캡스톤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그렇게 기술적인 역량을 키우지는 못했지만, 어떤 한 큰 프로젝트를 함에 있어서 팀원으로서의 태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그 개발을 처음 하던 팀원이 개발을 할 줄 모른다고 해서 달갑게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결국 뭔가 아무것도 안할 것 같다는 생각을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그 팀원은 매주 작성해야 하는 주간보고서, 중간중간 발표 자료 제작, 발표 등 개발자들간의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회색지대 업무를 많이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을 주기 위해 로그인 기능을 맡다가 병목이 발생한 것이었다. 이걸 알고 나니 내 자신이 더 부끄러워졌다. 무조건 개발을 못한다고, 제대로 할 줄 모른다고 달갑게 보지 않을게 아니라 팀원으로서 다른 팀원이 못하면 도와주고 내 역량만큼 더 했어야 진정한 팀원으로서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다시금 태도를 돌아보고 소프트스킬적으로의 역량을 많이 키워나갈 수 있었다.
취업에 매몰된 나를 발견하다
이번 2025년에는 취업에 매몰되어있던 나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주변에선 점점 취업 소식이 들려오고, 이미 여자 동기들이나 여사친들은 거의 취업을 하고 이미 경력이 쌓이고 있었다. 그와중에 뉴스에서는 점점 취업문이 좁아지고 있다고 하고 있고, 이 나이에 용돈을 받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해졌다. 이와 동시에 소마에서 매칭된 팀원들은 너무 좋은 사람들이지만,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나이도 더 많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이 더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근데 또 이런 취업생각만 하는 세 명이 모여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취업 얘기만 하게 되고, ‘이번에 나는 꼭 취업을 해야만 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래선지 항상 이 상태..
할일도 엄청 많은데 그와중에 4학년 1학기에 취업해보겠다고 이력서도 넣고 면접도 보기도 했지만 잘 되지는 못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일들에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하나마나한 구직활동이 되어버렸다.
이와 함께 가졌던 손실은 기술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던 시기에 너무 다른 것들에 집중했다는 것이었다. 구직활동을 한 시간보다 그 시간에 더 공부하고 기초를 다졌으면 프로젝트를 하는데 있어서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학기가 끝나고 다시금 돌아보고 나서야 내가 너무 취업에 매몰되어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팀원들도 점점 이를 깨닫기 시작했는지 함께 너무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아직 졸업도 해야 하고, 지금 내가 할 것들에 집중하다보면 기회가 언젠간 올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계속 구직 활동은 조금씩 하고 있지만, 가장 메인은 소마 프로젝트에서 계속해서 기술적인 성장을 하는 것을 1순위 목표로 잡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가 너무 매몰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돌아보는 습관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했다.
면접을 통해 배운 것들
그 와중에 종종 면접까지 가게 된 것들이 있었는데, 이 면접들을 통해서도 나름 배운 것들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내가 답을 제대로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A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고, B가 뭔지 알려주세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주로 말을 하다가 잘 까먹는 것 같다. 긴장감이 너무 커서 그랬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중에 면접이 끝나고 나서야 아 그때 그것도 질문해주셨지!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또한 어떤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는 습관 또한 들여야 겠다고 생각했다. A에 대해서 설명해달라고 하면, A-1, A-2, A-3 이 있다면 여기서 어떤걸 여쭤보시는지 몰라 제대로 다시 여쭤보지도 않고 그냥 내 생각나는대로 말했는데 이렇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무엇을 물어볼 때, 나는 물어본 것에 대해서 제대로 답하고 있나? 라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 고쳐나가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을 물어봤을 때 그 안의 의미에 대해서도 제대로 생각을 하고 답변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 면접에서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막연하게 선한 영향력을 가진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정도로만 답했었는데 아직까지도 살짝 이불킥할만한 답변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나의 근거를 명확히 설명해드렸어야 했는데, 면접관님들이 어떻게든 내가 그렇게 설명할 수 있도록 꼬리질문으로 계속 질문을 주신 느낌이었다. 아직까지도 뭔가 부끄럽다. 학생 티를 벗어내지 못한 개발자의 느낌같았달까.. 명확한 근거 기반으로 판단해야 하는 개발자가 이런 모습이라니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아무튼 면접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이것들은 모두 소중한 경험으로 앞으로 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했던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일찍 안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낀 나의 부족함들을 계속해서 보완해나가야 할 것 같다.
결론
이번 2025년 상반기는 개발자로서 나의 부끄러운 모습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기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또 새롭게 내가 어떤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꼈고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알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들이었다고 생각한다. 하반기에는 이러한 내 부족함들을 계속 의식하면서 보완해나가고 발전하기를 원하며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