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직부터 챌린지까지
3학년 2학기가 끝나고 고민이 많았다. 2학년 2학기부터 시작한 개발은 처음에는 정말 계단처럼 척척 올라가는 단계였다면, 지금은 또 정체기에 들어선 듯 싶었다. 항상 나에게 재밌고 새롭게만 다가왔던 개발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미 내 흥미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프로젝트를 해도 똑같은 리액트로 코드를 짠다라는 느낌이 아니라 코드를 ‘싼다’라는 배설적인 의미의 코딩을 하고 있었다. 어느순간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쓰지 않고, 로직을 개선해나가지 않고 안주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CS를 공부해도 전보다 못한 열정에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이 10시간을 넘은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어딘가 마음이 불편했다.
이대로만 간다면 나는 나중에 정말 흔하디 흔한, 누구보다도 대체당하기 쉬운 개발자가 될 것만 같았다. 이러한 불안한 마음에 보다 열정을 되찾고자 부트캠프를 찾기 시작했다. 적어도 부트캠프는 9시부터 6시까지 코어타임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 시간동안 하면 뭐라도 좀 더 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나는 카카오테크, 네이버 부스트캠프, 프로그래머스 데브코스를 신청했고 카카오테크는 떨어졌지만 부스트캠프는 베이직에 붙어 입과했다.
베이직은 문제를 받는 사람 따라 난이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것 같다. 나같이 코드를 배설하는 사람들은 난이도가 어렵지만, 설계부터 착실히 검증까지 해내는 사람들에게는 나름 쉬운 과제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문제는 다 풀었지만, 설계를 하고 이를 구현하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어딘가 뒤틀리며 항상 난항을 겪었다. 그러면서 ‘나름 나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병이 치료되었다. 이제까지 나름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살아왔던 과거의 나를 반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네이버는 반성할 기회도 준다!


운이 좋게도 개망했다고 생각한 2차 테스트를 통과했다. 싱글벙글 멤버십 갈 나를 생각하며 웃었다.
그리고 챌린지 시작 1주일이 지난 지금의 나:
지금도 아직 학습 정리할 것들이 태산인데 코딩하면서 밤 새서 공부하면 그대로 줄줄 샐 것 같아 이거 쓰는중
챌린지 1주차 후기
엔비디아 주식보다 높은 난이도
내 체감상으로는 그렇다. 매우매우 어렵다. 나같이 설계와 CS를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마 알보칠같은 존재인 것 같다. 효과는 확실한데 약을 바르는 순간 죽을맛이다. 아직 일주일밖에 안 지났는데 지난 3일동안 총 잔 시간이 합쳐서 9시간이다(4시간 + 4시간 + 1시간).
코드를 짜면서도 현타의 연속이었다. 내가 이렇게 코드를 못 짜는 사람이었나? 싶기도 하고 내 약했던 부분이 수두룩 발견되기 시작한다.

확실한 학습효과
프로그래머가 공부할 때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일단 머리로 들이받고 보는 ‘야생형’과 내가 필요한 것들을 모두 학습하고 천천히 단계별로 진전해가는 ‘학습형’이다.
나는 100% 야생형으로, 일단 들이받고 보는 스타일이었는데 이번 문제들을 보고 좀 치료가 됐다. 아예 모르면 그냥 아무것도 못 할 수준이기 때문에 학습형과 야생형의 중간정도까지 와서 지금은 최소한의 사전 지식 습득 후에 코드로 진입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제대로 개념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뭘 설계할 때도 삑사리가 나기 마련이기에 처음엔 엄청 많은 오류들을 맞닥뜨리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주어진다.
또 뭘 완성하더라도 내가 몰랐던 것들을 다시금 정리하면서 복습하는 느낌도 있어 원래 했던 학습효과보다 효과가 훨 좋은 것 같다.
피어리뷰
부스트캠프는 매일 문제를 해결하고, 피어들과 리뷰하는 시간을 가진다. 내 코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코드를 읽으면서 코드 문해력을 높이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설계 방식 등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들의 코드를 이해하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이전까지만 해도 남들의 코드는 귀찮다고 안 보던 내가 리드미를 꼼꼼히 읽어보니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의 코드를 보는 것도 재밌고 가독성과 로직이 본받을만하면 그걸 나중에 써보면서 나의 코드를 개선할 여지도 주어져 내가 하는 것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까지 나는 개발자 인맥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네이버 부스트캠프에 들어오는 사람들 중에서도 주니어개발자 이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러다보니 그런 분들에게 내 코드를 보여주고 각자 코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예상치 못하게 꿀팁들을 계속 주워먹게 된다. 이 점도 피어리뷰의 장점인듯 싶다.

근데 아직까지는 피어리뷰를 이제까지 거의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몰라서 살짝 어영부영 넘어간 날도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다음 주는 이를 보다 잘 활용해볼 생각이다.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 열정
오랜만에 챌린지한 문제들을 매일마다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불이 붙었다
피곤한데도 코드가 손에서 떼지질 않는다.
그러다보니 매일 4시에 자는건 기본이고, 심지어 오늘은 전날 23~24시 쪽잠 후에 00시부터 지금까지 깨어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코드를 보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문득 새벽에 코딩을 하면서 생각했다
내가 언제 이렇게 열심히 했었지?
사실 코딩을 밤 새가면서 열심히 했을 때는 웹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웠을 때였다. 그때는 개발을 해도 시간 가는줄 모르고 해가 뜰 때까지 코딩을 하면서도 웃던 나였는데, 어느샌가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던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어떻게 할 지 몰랐다. 그런데 또 여기서 내 앞에 보이는 한계의 벽이 뚫릴락말락하다보니까 열심히 하게 됐다(이게 진짜 사람 미치게함)
그래서 밤을 샜는데도 막 기분이 엄청 안좋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 말해야 될 것 같다.
매일매일 내가 성장한다는 느낌을 뚜렷하게 받고 있기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을래야 안 좋을 수가 없다. 약간 메이플 성장의 비약 먹고 1부터 200까지 빠르게 찍는 느낌이랄까.
암튼 1주차는 여차여차 잘(?) 마무리 했다. 아니 사실 마무리 못했다 학습정리 하러 가야지